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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노난의 사건노트
by nonan


도전, 생일상! 기록과 기억






내일은 엄마 생신.
환갑을 두 해 남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 바라는 거 없어. 그냥,
내 환갑파티엔 여섯식구가 모여있겠지?
그렇겠지? (좌중을 둘러보신다)

우리집은 네식구다.
아빠 엄마 오빠 나
딱, 네 명이다.

집안에 객을 들이기를 소망하는 엄마지만
생일상을 차리기로 했다.
기대하는 것을 주는 것만큼 재미없는 생일 선물은 없으니까.


마트에 가서 쇠고기를 사고 둘러봤더니 미나리를 팔더라.
미역국만 끓이기는 뭣하니까 미나리를 샀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샀다.
예전 1박2일에서 삼겹살을 미나리에 싸먹는 씨즐에 몹시 감동받은 적이 있어서.
하지만 삼겹살은 사지 않았다.

집에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미나리잡채가 그렇게 상콤 맛있다더라.

재료를 보니까 홍황 파프리카가 필요하다.
다시 나갔다. 홍황 파프리카를 샀다.


지난 9개월간 아침해를 본 적 없는 완숙된 백수라
야채를 다듬어놓고 자기로 했다.

미역국용으로 미역을 꺼내놓고 쇠고기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잡채용으로 미나리를 씻고 다듬고 4등분 잘라두고
표고버섯이 없길래 내 취향을 본격 반영해서 새송이 버섯을 길고 얇게 잘라두고
홍황 파프리카도 길고 얇게, 양파를 손 가는대로 잘라뒀다. 
당근은 오늘 많이 먹어서 안 먹고 싶길래 생략했다. 
이것이 요리자 중심의 재료 준비!


그리고 오늘, 6시 32분 기상. 어머니..

어젯밤 누워서 시뮬레이션해본 순서대로 움직였다.
자랑스러움에 만취해서!

손바닥 만한 미역을 두 장, 물에 불려놓고
밥을 밥솥에 앉히고 
잡채용 쇠고기와 버섯을 따로 재어둔다. 간장, 참기름, 남은 와인, 다진 마늘을 대충 넣고!

커다란 냄비를 꺼내서 쇠고기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자가번식한 대량의 미역 투하. 
같이 마구 볶다가 대량의 물을 붓고 뚜껑 닫아놓으면 일단 오우케이.

중간 냄비에 당면 삶기용 물을 담고 가스렌지를 불을 켬과 동시에
커다란 볶음용 후라이팬을 꺼내 오일을 살짜쿵 두르고 불을 켠다!! 이 박진감!!

A냄비에서 미역국을 바글바글 끓고 B냄비에 물이 덥혀지기 시작할 때
C후라이팬에 여린 색깔 순서대로 야채를 하나씩 볶는다!
(고 써있었는데 미나리의 연두빛과 황 파프리카 중 무엇이 더 여린 색인지 고심됐다)
모든 야채 볶는 과정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금은 진짜 짱. 어디든 다낀다.

1번 하얀 양파, 
2번 연두 미나리, 
3번 홍황 파프리카 (순서를 고민하다 파프리카를 함께 볶기로 마음먹으니 연두보다는 빨강이 강했다)

이쯤 되면 B냄비에 물을 끓고 있다.
이때 당면 과감하게 두줌 투하! 왼손으로 마구 저어주면서
오른손으로 C 후라이팬에 버섯을! 뿌듯함에 환희의 표정이 지어진다.

4번 갈색 재어둔 버섯
5번 다크 브라운 쇠고기!

마지막 볶기가 끝나면 쇠고기를 접시에 덜어두고
그 사이에 익은 당면을 찬물에 헹궈 물을 빼뒀다가
그 당면을 다시 C후라이팬에 넣고 
간장 좀 많이, 설탕 어느정도, 참기름..깨 넣던가? 
또 볶는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당면을 그릇에 옮겨담아 월요일 아침의 열기를 식혀두면 이 상태!






















재빨리 A냄비 뚜껑을 열어보면















 




미역국이 어느새 뽀얗게 끓고있다. 쉬워죽겠다.
그럼 다진 마늘을 살짝 넣고 국간장을 수시로 넣으면서 간을 맞춘다.
대충 좀 싱거워야 다 끓으면 맛있다고 한다.


미나리가 좀 남았길래 (사실 의도적으로 남겼다. 초보요리사에게 우연이란 없다)
B냄비에 물과 소금 략간을 넣고 다시 끓이다가 미나리를 넣고!
대략 1분 데친다! 서둘러 찬물로 헹궜다가
국간장을 아끼면서 넣고 참기름을 넣고 조물거리다가 상단에 깨를 뿌리면
이거슨 미나리 나물..! 아하하하하





















당면이 어느정도 식었으면 이제 볶음재료를 모두 넣고
깨와 참기름을 대량을 붓고 마구 비빈다!!
아 맞다. 사실 당면 삶은 후에 좀 잘라놨어야 된다던데 지금 잘랐다.
냉면도 먹기 전에 자르니까! 상콤해요!






















완성된 생일상은 돌연 디카 배터리가 죽어
핸드폰으로 찍어봤다!





























어머! 이제 정말 시집가도 되겠네!
라며 엄마는 예상에서 조금도 빗겨나지 않는 멘트를 해줬지만
엄마의 일관된 집념은 칭찬할만 하다.
그 집념 때문에
우리집은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밥도 먹고 사는거 같으니까.
생일 축하해 엄마.



노동을 잊은 몸이 과다 노동한 결과
허기가 져서 아빠가 앉기도 전에 이미 반공기를 먹었다.

그리고 지금,
다들 먹고 외출을 하길래 나는 다시 자려고 누웠다.
오전 9시 반, 하루가 이미 알차게 갔다.







덧글

  • 차차 2010/06/22 15:24 # 삭제

    파하하하하 태그!
  • nonan 2010/06/24 00:50 #

    으하하하하 this!
  • 2010/06/23 06: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onan 2010/06/24 00:56 #

    으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구라파 1일 1맥주 습관에 대해 실험이라도 해봐야겠어!
    어머니께 파인트 한잔 쏘고 싶다 키키킥!
    응 우리엄마는 대단해! 그 어떤 소재로 대화를 시작해도 마무리에 난 웨딩마치를 하고 있는거돠...

    방금 아쉽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더니 감칠돋네! 너는 지금쯤 웨이트로즈를 향해 뛰고 있겠지! 오늘도 메론들은 2+1 스티커를 붙이고 아름답게 누워있겠지..
  • nanaki 2010/06/23 14:46 #

    종가로 보내도 되겠어!
  • nonan 2010/06/24 00:57 #

    너의 대화법이 사뭇 우리 엄마와 닮았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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